핀테크(fintech)? 그것이 알고 싶다

2017. 1. 2. 17:24IT잡동사니/Tech,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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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말부터 ‘핀테크’라는 단어가 지면을 뒤덮는다. 인터넷 전문은행, 간편결제, 공인인증서, 액티브X, 천송이 코트, 스타트업 등 핀테크를 둘러싸고 나오는 단어도 너무 많다. 핀테크 열풍이라 부를 만하다. 핀테크란 무엇이고, 왜 요즘 들어 주목받는 걸까.



핀테크란 무엇인가

‘핀테크(fintech)’는 이름 그대로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한 서비스 또는 그런 서비스를 하는 회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술은 정보기술(IT)이다.


서로 다른 두 분야가 얽히니 2가지 다른 관점이 나온다. 금융을 중심에 두고 IT가 금융사업을 돕는다는 해석이 첫 번째다. 기존 금융권이 주로 이런 관점에서 핀테크 열풍을 바라본다. 금융산업이 새로 나온 IT쪽 기술을 채용해 미시적인 혁신을 이룬다.


원래 금융산업은 IT산업 다음으로 IT 기술을 많이 도입하던 분야다. 핀테크라는 이름이 나오기 전부터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을 써 왔다. 은행은 거래 대부분을 전산으로 처리한다. 현금 수송 차량에 실어다 옮기는 돈은 은행이 다루는 전체 돈에 극히 일부일 뿐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전산 거래를 도입한 뒤 객장을 가득 매우던 증권중개인이 사라졌다는 일화는 이제 식상한 이야기다.


이미 IT 기술을 적극 도입하던 금융산업이 새삼 IT 기술을 도입한다니, 이런 말은 핀테크에 대해 아무 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이제 두 번째 관점을 살펴보자. 지금 핀테크 열풍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기술을 중심으로 읽어야 한다. IT 기술이 금융산업을 뿌리부터 뒤흔든다는 얘기다.



금융, 경제위기 이후 IT산업 혁신성 수혈하다

금융산업은 거칠게 요약하면 ‘돈 장사’를 하는 분야다. 금융소비자에게서 돈을 빌리고 그 돈을 투자해 수익을 거둔다. 거둔 수익 일부는 원금을 빌려준 고객에게 돌려주고 나머지는 운영자금 및 이익으로 남긴다.


금융산업은 2008년 금융위기 뒤에 수익성 악화를 경험했다. 부실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 파생상품을 붙여 팔다 대출원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내로라하는 금융회사가 줄도산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위기를 불러온 금융업계에 규제가 들어왔다. 미국은 무분별하게 파생상품을 팔지 못하게 하는 법안(도드 프랭크 법)를 내놓았다. 전처럼 ‘돈 놀이’를 맘껏 벌이지 못하게 된 금융업계는 한층 더 침체됐다. 홍병철 레드헤링 대표는 “금융 규제 영향으로 금융위기 전에 15~20%에 달했던 금융업계 수익률이 7~10%대로 주저앉았다”고 설명했다.


활로를 뚫어야 했던 금융업계는 IT 업계에 손을 내밀었다. 금융 거래 과정을 전자화했다. 사람이 일일이 해야 할 일을 전산 시스템으로 대체했다. 비용은 줄어들고 속도는 빨라졌다. 소비자도 한층 편하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조연에서 주연으로, 핀테크의 약진

금융 서비스를 전산화하니 또 다른 수익원이 눈에 띄었다. 바로 금융소비자가 만드는 데이터다. 온라인에서 모든 활동은 데이터를 만든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여기 착안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동안 제공할 수 없었던 다양한 서비스가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핀테크 산업이 싹을 틔웠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서비스를 잘 만드는 쪽은 금융사일까, IT기업일까. IT기업은 태생부터 이런 일을 해온 곳이다. 진입장벽이 거의 없는 인터넷이라는 신대륙에서 살아남으려 늘 진검승부를 벌여야 했다. 높은 진입장벽 안에서 큰 변화 없이 살아온 금융업계와 다르다. IT기업이 금융사보다 더 핀테크 산업에 가까운 이유다. JP모건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은 2014년 2월말 연례 투자자 모임에서 IT기업이 금융업계를 위협하는 현 상황을 다음처럼 표현했다.


“내가 실리콘밸리에 가면 말이죠. 그들 모두가 우리 (금융업계의) 점심을 먹어치우려고 해요. 그들 한명 한명이 전부 덤벼들 겁니다.”



IT, 금융을 혁신한다

2015년 현재 IT와 금융의 융합은 크게 4가지 영역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지급 결제, 금융데이터 분석, 금융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이다. 이 분류법은 영국 무역투자청(UKTI)이 내놓았다. 하나만 못 박고 넘어가자. 이제부터 말하는 핀테크는 두 번째 의미, IT를 가운데 두고 금융산업을 혁신하는 일을 가리킨다.


1. 지급 결제

일반 금융소비자가 가장 친숙하게 여기는 분야다. 핀테크 회사의 대명사로 불리는 페이팔도 지급 결제 회사다. ‘애플페이’와 ‘삼성페이’ 같은 하드웨어 기반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부터 ‘카카오페이’와 ‘라인페이’ 같은 앱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까지 다양한 서비스가 나왔다.


지급 결제 서비스는 사용자가 쓰기 쉽게 만드는 게 첫 번째 요건이다. 온라인과 모바일 환경에서 사용자가 쉽고 편리하게 쓸 서비스를 만드는 일은 IT기업의 전문 분야다. 그러니 많은 IT기업이 제일 먼저 지급 결제 부문에 손을 뻗는다.


지급 결제 서비스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해 사용자를 모으고, 그 사용자를 결제 서비스가 필요한 사업자에게 내주면서 수수료를 받는다.


국내에도 많은 IT기업이 지급 결제 부문에 뛰어든다. 네이버는 라인페이를,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페이를 내놓았다. KG이니시스와 LG유플러스, 페이게이트 같은 전자지급결제대항사(PG)도 각자 서비스를 꾸렸다. 비바리퍼블리카나 한국NFC 같은 핀테크 스타트업도 편리한 서비스를 무기로 큰 기업이 따라잡지 못하는 사이 새로운 기회를 열어가는 중이다.


2. 금융데이터 분석

기존 금융데이터 분석 업무는 고객의 금융 거래를 바탕으로 신용도를 파악해 적절한 이자율을 계산하는 일을 주로 가리켰다. 핀테크 기술은 이 업무를 한차원 발전시켰다.


비주얼DNA라는 회사가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금융 거래 내역이 없어도 몇 가지 설문조사에만 답하면 신용도를 평가받을 수 있다. “무슨 색을 좋아하나요?”, “비 오는 날은 파전을 먹나요, 부추전을 먹나요?”라는 식으로 사용자 취향과 심리 상태를 물어본다. 얼핏 보면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사회심리학과 통계학을 바탕에 둔 치밀한 평가 방법이다. 마스터카드는 2014년 비주얼DNA 신용도 평가 데이터를 대출 업무에 도입해 부도율을 기존보다 23% 낮췄다.


소액대출회사 온덱(OnDeck)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와 인터넷 활동 내역을 바탕으로 대출 이자율을 계산해 금융 거래 내역이 없는 소상공인에게 돈을 빌려준다. 점포 하나도 없는 온라인 대출회사 온덱은 지난해 말 기업가치를 1조6천억원으로 평가받으며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한국에는 이런 서비스가 나오기 힘들다. 신용평가는 신용평가 기관이 도맡는다. 금융회사는 신용평가 기관이 내준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 신용도를 평가한다. 2014년 초 금융회사에서 1억건이 넘는 고객정보가 유출된 뒤 개인정보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아져 빅데이터 분석 등으로 금융데이터를 활용할 길이 가로막혔다.


3. 금융 소프트웨어

금융 소프트웨어는 금융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일을 가리킨다. 리스크 관리나 회계 업무 등을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도 여기에 속한다.


페이팔이 자체적으로 꾸린 사기거래탐지(FDS) 기술도 금융 소프트웨어 분야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서울 합정동 식당에서 쓰인 신용카드가 1시간 뒤 미국 뉴욕의 한 백화점 명품 매장에서 쓰인다면 아무래도 자연스럽지 않다. 1시간 만에 같은 고객이 미국으로 건너갈 방법도 없을뿐더러, 5천원짜리 백반만 사먹던 고객이 갑자기 명품을 구매하는 점도 수상하다.


페이팔은 우수한 사기거래탐지시스템(FDS)을 구축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렇게 기존 거래 패턴에서 어긋나는 거래가 일어날 경우 이를 이상 거래로 인식하고 추가 인증을 요구해 사기 거래를 막는 기술이 FDS다. 페이팔은 초기에 20%에 이르렀던 사기 거래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면서 FDS를 발전시켰다. 비자나 마스터카드 같은 국제적인 신용카드 회사도 자체 FDS를 가동 중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금융회사에 FDS를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FDS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데이터를 쌓는 기간이 필요하다. 신용카드사는 FDS를 미리 갖춰둔 덕에 한시름 덜었지만, 일선 은행에는 갑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공인인증서와 각종 보안 프로그램으로 사용자단에서 사기 거래를 막으라고 장려하던 정부였다. 그런데 갑자기 태도를 뒤집으니 은행은 대체 수단 마련에 분주해졌다.


4. 플랫폼

플랫폼은 금융기관이 가운데 끼지 않고도 전세계 고객이 자유롭게 금융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분야다. 대표적인 플랫폼 핀테크 회사는 기업가치를 9조원으로 평가받으며 지난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P2P 대출회사 렌딩클럽(LendingClub)이다.


렌딩클럽은 많은 고객에게 남는 돈을 빌리고 그 돈을 다시 많은 고객에게 빌려준다. 어디서 듣던 얘기 같지 않은가. 맞다. 은행이 하는 일과 판박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투자금 모집과 대출 신청 및 집행을 모두 온라인 플랫폼에서 처리한다는 것이다. 렌딩클럽은 오프라인 지점이 없으니 운영 자금이 많이 들지 않는다. 또 IT를 바탕으로 고객 신용도를 한층 더 철저하게 평가할 수 있으니 대출 이자도 은행보다 낮출 수 있다. 투자하는 고객에게는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돌려주면서도 대출받는 고객한테는 더 싸게 돈을 내준다.


민트나 웰스프론트 같은 개인 자산 관리 서비스도 플랫폼 사업자다. 고객 동의를 받아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진 금융자산 정보를 한 곳에 모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덕분에 고객은 자금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고 자기에게 알맞은 금융 상품도 바로 알아볼 수 있다.


영국 핀테크 회사인 트랜스퍼와이즈는 은행 인프라를 거치지 않고 바로 해외 송금을 해줘 평균 10% 정도인 해외 송금수수료를 0.5%로 낮췄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트랜스퍼와이즈는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아 올해 초 5800만달러(641억원)를 투자받았다.


페이팔도 플랫폼으로 볼 수 있다. 은행간 송금이 마치 해외 송금과 같은 미국 금융시장 구조를 우회하기 위해 페이팔 계정에 돈을 충전하고 그 돈을 주고받도록 했다. 덕분에 사용자는 인터넷 상에서 훨씬 편리하게 돈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중간에 은행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더 싼 값에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비트코인을 앞세운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폐도 기존 금융회사를 대체하는 플랫폼이다.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아주 적은 돈도 실시간으로 보낼 수 있다. 중간에 어느 기관도 끼지 않기에 그 어떤 지급 결제·송금 수단보다 비용이 저렴하다.


위·변조가 불가능한 P2P 플랫폼이라는 특성을 활용해 다양한 실험도 나온다. 분산형 DNS 시스템 네임코인이나 공개 등기 시스템 컬러코인, 분산형 컴퓨팅 플랫폼 에테리움 등이 그 예다.



핀테크, 해외에선 대세

해외에서 핀테크는 몇 년 전부터 뜨거운 시장이다. 2014년 한 해 동안 핀테크 분야에 쏟아진 투자금은 34억달러, 우리돈 3조7천억원 정도였다. 투자금 증가 정도가 다른 분야에 비해 4배 빠르다. 핀테크 스타트업에 투자된 돈만 따지면 1년 새 3배 이상 늘어났다.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을 보인다. 엑센츄어는 핀테크 투자금이 2018년에는 60억달러(6조5천억원)에 이르리라고 내다봤다.



한국 핀테크, 씨 뿌리자마자 열매 내놓으라고?

안타깝지만 아직 국내 핀테크 산업은 이렇다할 실체가 없다. IT기업을 중심으로 지급 결제 서비스가 쏟아지는 추세지만, 이 밖에 다른 분야에는 손에 꼽을 만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한국은 제대로 된 핀테크 서비스가 나타나기 힘든 토양을 갖고 있다.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발언’ 이후에야 규제 벽에 갇힌 채 국내 시장에만 안주하던 전자결제·금융산업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금융위기 이후 자연스레 핀테크 필요성을 느낀 해외보다 시작이 6~7년 늦었다.


국내에서 전자금융 산업을 옥죄던 공인인증서를 걷어낼 길이 이제 막 열렸다. 국내 금융·보안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혔던 ‘액티브X’도 올해에야 비로소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핀테크 스타트업의 전자금융산업 진출을 막던 보안성 심의 제도도 올해 9월께야 완전히 사라진다. 2015년에 들어서야 핀테크 서비스가 나올 수 있는 길이 열리는 모습이다.


그러니 당장 한국에서 핀테크 성공 사례를 내놓으라고 닦달하지는 말자. 앞으로 몇 년을 기다려야 지금 씨 뿌린 국내에 핀테크 생태계가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을 테다.


다만 한 가지는 유념하자. 핀테크 혁신은 대부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난다. 지난해 핀테크 업계를 뒤흔든 렌딩클럽의 성공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지난해 가장 큰 핀테크 투자 사례는 1971년부터 결제 서비스를 제공해 온 퍼스트데이터(First Data)가 만들었다. 퍼스트데이터는 KKR가 이끄는 사모펀드로부터 35억달러를 투자받았다. 기업가치 9조원이라는 기염을 토한 렌딩클럽이 투자받은 돈은 8억6500만달러다. 박소영 한국핀테크포럼 의장은 세계 100대 핀테크 회사 대다수가 B2B 회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니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고 왜 한국에는 핀테크 회사냐 없냐고 비난하긴 성급하다.




기사원문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86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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