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3. 12:32ㆍIT잡동사니/Tech, News
온라인에서 빛을 발한 십시일반 정신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사람들의 마음이야 말로 티끌로 산을 만들기도 하고 산을 옮기는 힘일 터이다. 그 마음이 자금 조달로 옮아가면 '크라우드펀딩'이라고 불린다.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은 군중을 뜻하는 영어 단어 '크라우드'와 재원 마련을 뜻하는 '펀딩'이 합쳐진 단어다. 즉, 여러 사람에게 자금을 마련한다는 뜻을 품는다. 때론 소셜펀딩으로 불리기도 한다. 영어로는 '크라우드 펀드', '크라우드 파이낸싱'(군중 자금 조달) 등과 같은 비슷한 단어가 있다. 이 단어들은 공통적으로 개인이나 기업, 단체가 자금을 여러 사람에게서 마련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최근 크라우드펀딩은 자금 문제를 겪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각광받는다. 잡지나 음반, 영화, 아이디어 상품 제작 비용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아 실제로 만들어지는 사례도 나온다. 당장 보증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문턱 높은 은행 대신 크라우드펀딩을 찾는 모습까지.
크라우드펀딩의 종류
'여러 사람에게 자금을 마련한다'라는 뜻으로 크라우드펀딩을 풀이하면, 크라우드펀딩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여러 사람에게 돈을 빌리는 대출을 먼저 꼽겠다. 영화나 음반, 책, 아이디어 상품, 음악・공연 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크라우드펀딩의 주요 사례로 거론된다. 최근에는 투자도 크라우드펀딩의 주요 분야로 여겨진다.
P2P 대출: 팝펀딩, 머니옥션
먼저 대출 부문을 보자. 크라우드펀딩에서 대출은 개인과 개인 사이에 이루어진다. 그래서 개인간 직거래 방식 금융 서비스(Person to Person 금융)이라고 불린다. 특히나 대출에 한정해 ‘P2P 대출’이라는 단어가 쓰인다.
P2P 대출은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멀리 떨어진 사람끼리 온라인으로 직접 금융거래를 하는 방식을 뜻한다. 거래 당사자는 P2P 대출로 만나기 전까지는 잘 알지 못하던 사이다. P2P 대출 사이트에 돈을 꾸는이와 빌려주는 이가 자기 사진을 올렸다면 모를까, 얼굴조차 모르는 사이일 가능성이 크다.
모르는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돈을 주고받는다는 데서 P2P 대출은 친구나 가족에게 돈을 꾸는 것과 다르다. 그리고 기존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롭다.
은행이나 저축은행, 제3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에서 돈을 빌려주는 쪽의 힘은 어마하다. 돈을 꾸려는 쪽이 다수이고 돈을 빌려주는 쪽은 소수이다. 자연스레 권력의 중심은 빌려주는 사람에게 기울었다. 나에겐 당장 300만원이 급히 필요해도 빌려주는 쪽에선 나의 사정보다 서류나 금융기관을 이용한 실적을 바탕으로 한 신용을 눈여겨 본다. 담보가 없고 신용도 좋지 못한 사람은 제1금융권에서 소외받고 2금융권, 3금융권으로 밀려난다. 그러다 제3금융권에서조차 빌릴 처지가 아니면 막막하다.
반면 P2P 대출에서는 사연이 흐른다. 내가 얼마의 금액이 왜 필요한지, 앞으로 어떻게 갚아나갈 계획인지 밝힌다. 때론 나에 관한 얘기를 털어놓는다. 담보 없는 대출이기 때문이다. 내가 반드시 빌린 돈을 갚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이는 게 필요하다.
미국의 '프로스퍼(Posper)', 영국의 '조파(Zopa)' 는 P2P 금융을 앞장서 시도했다. 자금이 있는 개인은 얼마간의 돈을 꾸어주고 이자를 받아 수익을 올리고, 돈이 필요한 개인은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한 제도권 금융기관 대신 찾을 곳이 생겼다. 꾸는 사람은 필요한 금액과 상환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알리고, 자금이 있는 개인은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돈을 빌려준다.
이자 없이 빌려주는 곳도 있는데, 미국의 비영리기구 키바(Kiva)가 대표적인 예다. 키바는 지역의 단체와 연계해 운영된다. 지역 단체는 해당 지역에서 자금이 필요한 사람을 선정하여 사연을 키바에 올리고, 자금을 유치하면 해당 개인에게는 얼마간 이자를 받고 빌려준다. 이때 지역 단체는 키바 웹사이트를 통해 무이자로 빌린다.
국내에는 팝펀딩, 머니옥션 등이 P2P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후원하기: 텀블벅, 굿펀딩, 킥스타터
요즘 크라우드펀딩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는 사례는 미국의 킥스타터(Kickstarter)다. 킥스타터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싶은 사람과 그 아이디어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킥스타터에 올라오는 아이디어는 만화, 영화, 음반, 공연, 출판, 사진전, 게임 제작, 문구류, IT 기기 등 다양하다. 자금을 구하지 못해 발명자의 머릿속에만 머물렀을 아이디어가 킥스타터 덕분에 빛을 본다. 2012년 킥스타터에 1만8109개 프로젝트가 목표 금액을 모았고, 그중 17개는 100만달러 이상을 모았다.
킥스타터에서는 투자나 대출이란 단어 대신 '후원'이란 단어를 쓴다. 금전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대신 후원하는 데 대한 보답품을 받는다.
이를테면 이런 경우가 있다. '나는 10년 가수의 꿈을 음반 제작으로 이루려고 하는데 100만원이 필요하다. 5만원을 후원하면 음반과 함께 앨범 재킷에 쓴 이미지 파일을 주겠다. 10만원 후원하면 앨범과 함께 앨범 재킷에 고마운 사람들 목록에 이름을 올려주겠다.'와 같이 킥스타터는 돈을 내어주는 사람에게 이자 몇 %와 같은 수익을 돌려주지는 않는다. 그대신 의미있거나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지지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는 아이디어로 나올 상품이나 서비스를 미리 구매해, 제작비를 대줄 수도 있다.
국내에는 텀블벅과 굿펀딩, 인큐젝터가 킥스타터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들 서비스는 앞으로 나올 서비스나 제품, 공연 티켓을 미리 구매하는 형식으로 제공돼 국내에서는 전자상거래로 분류된다. 시민단체나 사회운동을 후원하는 소셜펀치와 개미스폰서도 있다.
기업 투자하기
크라우드펀딩의 혜택을 기업도 누릴 수 있을까. 개인이 제도권 금융기관 문턱을 높게 느끼는 것처럼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사업 자금을 마련하려고 은행 대출을 받는 걸 가정해보자. 기존에 신생기업은 은행 대출이나 벤처투자사, 개인투자자에게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은행은 자금을 운용하는 데 보수적인 편이다. 벤처투자사나 개인투자자는 상대적으로 미래가 불투명한 기업에도 자금을 대지만, 이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기업은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은행은 이자까지 톡톡히 상환해줄 안정적인 기업을 선호한다. 상대적으로 이제 막 창업한 기업은 대출금을 상환할 가능성이 낮다. 자금이 신생기업에는 막히고 기존 기업으로만 흐르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게다가 기업에 자금 공모하는 업무는 법에서 규정한 요건을 갖춘 곳만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야 한다. 여기에서 크라우드펀딩 법에 관한 논의가 출발한다.
국내에서는 영화 제작에서 이러한 사례가 종종 나왔다. 영화 '26년'과 '또하나의가족'이 제작비를 필요한 만큼 투자받지 못해 크라우드펀딩에 기댔다. 이때는 후원자를 모으는 형식이었다. 앞으로 의미 있는 영화에 후원하는 것뿐 아니라 개인도 투자자로서 투자수익을 노리고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일명 크라우드펀딩 법, 미국의 신생벤처육성지원법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신생벤처육성지원법신생벤처육성지원법(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 Act, JOBS Act, 잡스법)에 2012년 4월 서명했다. 미국에서 지난 17년간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의 65%는 신생벤처 혹은 중소기업에서 나왔다. 신생벤처육성지원법이 발의된 배경이다.
이 법은 신생벤처가 사업을 좀 더 수월하게 하는 다양한 안을 담았다. 그중 투자를 유치하는 문턱을 낮춘 내용이 있어 국내에는 크라우드펀딩 법으로 알려졌다.
신생벤처육성지원법은 연 매출 10억달러 미만 기업에 대해서는 연간 100만달러 자금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마련하게 한다. 이 법에 따르면 은행 대출이나 벤처투자사, 개인투자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개인에게 자금을 모으는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크라우드펀딩으로 기업이 자금을 마련하는 걸 독려하면서, 미국 정부는 신생벤처를 활성화하려고 예산을 편성하는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기사원문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22&contents_id=2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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