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12. 16:22ㆍ취미/Bike #MT09SP #Elite
지난달 야마하 나이켄의 트랙 테스트로 삼륜이 가지고 있는 핸들링 특성을 중점적으로 테스트했다. 트랙에서의 테스트는 만족스러웠고 LMW가 가진 매력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증이 남는다.
과연 도로 위에서도 그 매력이 통할까?
2019/03/07 - [취미/Bike, Ninebot] - [NIKEN] 혁신 그리고 진화. 야마하 '나이켄' - 괴물의 등장!
YAMAHA
NIKEN
2019년 출시를 앞두고 있는 나이켄을 도로 위에서 테스트했다. 모터쇼에서, 런칭 행사에서, 그리고 트랙 테스트에서 이미 몇 차례 보아온 모습이라 이제 눈에 익었겠다 싶었는데 막상 도로 위에서 보니 새삼스레 이질적이다. 딱 벌어진 어깨를 좌우로 흔들며 차량 사이를 헤치며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의 한 장면이 떠오를 정도로 존재감이 넘치다 못해 뜨겁다.
나이켄을 타는 내내 옆 차선의 자동차, 스쿠터 타는 동네 이웃, 편의점 사장님 등등 주변 남자들의 뜨거운 시선은 물론이거니와 먼저 말을 걸어올 정도니 ‘인싸 되는 법’에 나이켄 타기를 넣어도 되겠다. 이 정도로 뜨거운 관심은 캔암 스파이더 이후 처음인데 아무래도 트라이크들이 가지는 독특한 이미지 때문인 것 같다.
도로 위의 퍼포먼스
가속 성능은 의외로 좋았다. 지난달의 트랙 테스트에서는 사실 2단 이상 넣을 일이 없을 만큼 직선이 짧은 코스였기 때문에 실제 가속성능이 기대되었다. 늘어난 무게 때문인지 실제 가속성능은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4초 초반에 마치는 정도로 3초대에 들어가는 MT-09에 비하면 살짝 부족하다. 하지만 실제 주행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프런트가 묵직하기 때문에 풀스로틀에 부담이 없어 가속에 더 집중하기 좋은 점도 있고 외형에서 느껴지는 기대감 보다 빠르게 가속하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경향도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지금까지의 어떠한 트라이크들보다 강력한 가속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로틀을 비트는 대로 속도를 착착 붙여나간다. 퀵 시프트 역시 빠른 가속에 큰 도움을 주는데 요즘의 추세에 맞지 않게 시프트업만 지원된다는 점은 아쉽다. 또한 초심자를 위해 클러치를 붙일 때 스로틀을 보정해주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반클러치 상태에서 회전수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보정해주는 기능이다. 이게 초심자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클러치가 완전히 붙는 순간 개입이 끝나며 회전수가 툭 떨어지는 것 때문에 오히려 매끄럽게 출발하는 데는 불편했다.
LMW의 코너링은 도로 위에서도 완벽했다. 영하의 겨울에도 한여름의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것만큼이나 안정적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접지가 불규칙한 노면에서의 거동이었다. 도심 주행에서 좌회전과 우회전 시 도로의 연결 부위나 차선은 아스팔트보다 현저히 그립이 떨어지기 때문에 순간 미끄러지기 쉽다. 이런 곳을 달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지나가 버린다.
상황에 따라 리어는 트랙션을 잃을 수 있지만 트랙션 컨트롤이 개입해 잡아주고 미끄러지더라도 전도로 이어지기 전에 쉽게 수습될 수 있다. 바퀴가 셋이 되었으니 안정감은 1.5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 느껴지는 안정감은 배 이상이다. 안정성을 위해 기존의 트리시티의 LMW와 비교하면 앞바퀴의 폭이 훨씬 넓음에도 이질감은 오히려 덜한 것에서 기술의 완성도가 더 높아졌음을 느낄 수 있다. 타이어가 15인치로 티맥스와 같은 사이즈이지만 한계 속도가 다른 나이켄만의 전용품이라 앞으로 한동안은 타이어 선택의 폭이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노면의 좌우 높이차가 있어도 LMW가 자연스럽게 틀어지며 균형을 잡는다.
울퉁불퉁한 노면을 좌우 흔들림 없이 부드럽게 지나갈 수 있는 비결이다
만약 누군가가 나이켄을 사야 하는 이유를 딱 한 가지만 꼽으라면 주저 없이 제동성능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만큼 제동력과 제동 안정성은 압도적이다. 12월의 강추위 속 어디에 살얼음이 껴 있을지 모르는 노면 상황에서도 신나게 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프런트의 두 개의 바퀴가 주는 압도적인 제동력 덕분이었다. 특히 코너를 돌아갈 때 기울인 상태로 제동해도 바이크가 그리는 라인이 부풀지 않는다는 점은 구조상 LMW의 가장 큰 이점이다. 언제든 바이크를 안정적으로 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은 모터사이클에게 든든한 보험이 된다.
지난 트랙 테스트에서 ㈜한국모터트레이딩 김희철 대표가 직접 나이켄을 타고 트랙을 달렸다.
누구나 빠르고 안전하고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물론 아무리 LMW라고 해도 넘어질 수 있다. 기술만 믿고 과속하며 무리하게 달린다면 당연히 위험하다. 기울다가 한계를 넘어서면 거기서 멈추는 게 아니라 한쪽 바퀴가 뜨면서 넘어간다. 이는 코너에서 슬립하거나 제자리에서도 넘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물리법칙을 넘어서는 움직임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평범하게 달리면 한계를 넘는 일이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다. 일반적인 모터사이클을 탈 때처럼만 달린다면 전도할 확률은 극히 낮아진다.
나이켄에 대한 여러 가지 반응 중 넓어진 차폭 때문에 모터사이클의 장점인 기동성이 훼손되었을 것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타보면 오히려 사이드 케이스를 장착한 어드벤처나 투어링 모델들 보다는 차폭에 대한 부담이 덜했다. 그보다는 몸 중심으로부터 앞바퀴가 멀게 느껴지고 차체 중심보다 살짝 뒷자리에 타고 가는 것 같은 느낌에서 오는 위화감이 더 크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움직임에 저속 밸런스를 잡기도 좋아서 익숙해지면 두 바퀴의 네이키드와 크게 다르지 않은 기동성을 보여준다.
새 시대를 열까?
나이켄 이전에도 트라이크는 수많은 모델이 존재했다. 전륜을 두 개를 사용하며 기울이는 것이 가능한 스쿠터들도 이미 다양한 브랜드에서 선보인 바 있다. 그들도 분명 안정성 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그다지 대세를 일궈내지 못했다. (그나마 야마하 트리시티는 국내에서 무척 성공적이었다.) 물론 구조적으로 복잡해진 탓에 비싸진다거나 무게가 늘어나며 퍼포먼스가 떨어진 것과 같은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2륜에 비해 3륜은 안전을 위해 스타일을 버린 것 같은 타협의 이미지가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이켄은 이러한 타협의 이미지 보다는 도전적인 이미지가 크다고 느껴졌다. 외형에서도 그렇고 성능에서도 그렇다. 그래서 비록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이지만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이전의 트라이크들보다 많은 것 같다.
나이켄은 패러다임의 전환의 단초가 될 만한 파괴력이 있는 모델이다. 어쩌면 미래에는 대세가 바뀌어 트라이크가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 그 시대가 오면 두 바퀴인 모터바이크를 타는 사람들이 더 괴짜로 보이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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